설날을 앞두고 새 마음 새 뜻으로 새해 각오를 다지기 위해 후포등대로 떠났다. 후포등대는 울진군 최남단에 위치한 후포항을 1968년부터 비추고 있는 등대이다. 해양수산부는 2019년부터 매월 역사적, 조형적 가치와 특색 있는 등대를 소개하고 있는데, 후포등대는 2023년 1월 ‘이달의 등대’로 선정됐다.
나는 답답한 마음이 들 때면 바다로 떠나곤 한다. 작년 한 해 돌이켜보면 열심히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했던 것 같은데 항상 후회와 미련은 남는다. ‘그때 조금만 신중할 걸, 조금 더 신경쓸 걸…’ 이렇게 감정의 짐이 쌓일 때 찾는 곳이 바닷가다. 그중에서 겨울 바다는 기분 전환을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가볍게 땀이 날 정도로 등기산을 오르면 언덕 위 가장 높은 곳에서 바다를 비추는 후포등대를 만날 수 있다.
후포등대 바로 앞에 후포항을 바라볼 수 있는 데크가 마련되어 있는데, 오랜만에 한적한 곳에서 겨울 공기를 들이마시니 가슴이 뻥 뚫리는 듯 청량감이 밀려온다. 마침 이달의 등대를 방문하거나 여행 후기를 작성한 여행자 중 일부를 연말에 선정하여 예쁜 등대 기념품과 50만 원 상당의 국민관광상품권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하니 기회가 되면 이달의 등대에 방문하여 이벤트에 응모해보자.
참조 : 등대와 바다(https://www.lighthouse-museum.or.kr/sea/main)
바다를 바라보며 묵은 감정의 때를 훨훨 털어버리고, 바다 위를 걷는 듯한 등기산 스카이워크, 세계 유명 등대 조형물을 갖춘 공원, 신석기 시대 유물이 출토된 문화 유적지도 관람했다.
후포등대에서 느낀 청량함은 등기산 공원에서 여유로움으로 바뀌었다. 돌도끼 등 신석기 시대의 유물이 다량으로 출토된 귀중한 문화 유적지인 이곳에는 신석기 유적관이 있는데, 신석기 시대 발견된 유물들의 모형을 전시하고 있었다. ‘예전에 경주국립박물관에서 봤던 돌도끼가 여기서 발견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후포등대가 있는 등기산은 옛날부터 부근을 지나는 선박의 지표 역할을 하기 위하여 갓처럼 생긴 갓바위에 주간에는 하얀 깃발을 꽂아 위치를 알리고 야간에는 봉화불을 피웠다고 한다. 등대 설치 이전부터 항로 표지 시설로 운영됐던 곳이다. 후포등대와 등기산 공원, 등기산 스카이워크는 모두 연결되어 있었는데, 아름다운 동해와 갓바위를 조금 더 가까이 보기 위해 용기를 내 스카이워크를 걸어보기로 했다.
사실 나는 고소공포증이 있지만, 오늘은 어떤 두려움과 어려움도 맞서 싸우겠다는 새해 각오를 다지기 위해서 온 만큼 두 눈을 질끈 감고 멋진 풍경을 사진과 마음으로 담아보기로 했다. 유리 바닥 밑으로 보이는 풍경에 공포감이 배가됐지만 한걸음 한걸음 발걸음을 옮겨보았다.
어느새 스카이워크 끝자락에 도착했고 내 눈앞에는 아름다운 동해 바다가 펼쳐졌다. ‘그래, 계묘년 새해는 똑부러지게 살아보자!’ 나뿐만 아니라 계묘년 새해를 맞이하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희망찬 내일을 맞았으면 좋겠다.